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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메릴스트립
2009/04/05   Doubt (2008) [3]
Doubt (2008)
이 영화 본 지도 뷁만 년... 은 많이 과장이고, 어쨌든 개봉하고 그 주인가 다음 주에 봤는데 요즘은 인터넷에 뭔가 끄적이는 게 예전처럼 재미있질 않다보니 그냥 한없이 미뤄두고 있었다. 블로그 만든 게 2004년이니까 아닌 게 아니라 슬슬 지겨워질 때가 되긴 했구나 -.-

영화에서 '플린 신부가 도널드 밀러를 성추행했다'고 확실히 얘기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가 의심하고 집요하게 추궁하는 알로이셔스 수녀조차도 직접적으로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찾아 읽은 여러 편의 리뷰들도 '결국 진실은 알 수 없었다' 정도로 넘어가고 있었다. 하기야 '무죄추정'이라는 원칙의 정당성을 의심한 적은 없으니...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내겐 아무래도 신부가 소년을 추행한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신부가 밀러의 속옷을 갖고 있어야 할 그럴 듯한 상황을 생각해 낼 수가 없다. 또 포도주를 훔쳐 마시는 것에 대한 추궁을 받기 위해 불려간 아이가 술 냄새를 풍기며 돌아온 상황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맘 좋은 제임스 수녀에 대한 알로이셔스 수녀의, 자기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너무 쉽게 믿는다는 힐난은 그래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플린 신부에겐 그가 받고 있는 의혹을 충분히 해명해야 할 이유, 의무가 있다. 그가 자상하고 친절하며 보수적인 가톨릭 교회 내에서 무려 진보적이기까지 하다는 사실은, 그가 받고 있는 혐의를 가볍게 해주지 못한다. 알로이셔스 수녀가 괴팍한 고집쟁이 보수주의자에 '손톱을 다듬는 남자'에게 그다지 공정하지 못할 만큼의 적의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플린 신부가 받고 있는 혐의 앞에서 그가 취하는 태도가 특별히 비난을 받은 만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손톱을 다듬는 남자'에게 아무 느낌이 없더라도 미성년 성추행의 혐의를 받는 남자에게는, 역시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는 신중해야 겠지만, 그리 호의적일 수가 없다. 플린 신부는 의심을 받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고 언성을 높이지만 그건 그가 자초한 것이고 의심을 받는 이상 해명을 하는 것은 그의 몫이다.
그래서 플린 신부의, '바람에 깃털을 날려버린 여인'에 대한 비유는 좀 불쾌했다. 기본적으로 그에게 호의를 갖고 있는 제임스 수녀는 물론이고 적대적인 알로이셔스 수녀조차도 이 화면의 망연자실한 아줌마와 닮은 행동을 한 적이 없다. 그들은 플린 신부에게 비밀이 보장된 상태에서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그가 만족할 만한 답변을 하지 못했을 때도 (적어도 난, 제임스 수녀가 그렇게 간단하게 받아들인 플린 신부의 설명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심의 내용을 경솔하게 퍼뜨리지 않았다. 플린 신부야말로 알로이셔스 수녀가 반박할 수 없는 자리에서 부당한 비난을 퍼붓고 있는 걸로 보였고, '나도 한 번 당했으니 당신도 한 번'이라는 심정이 뭐,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동 성추행의 혐의를 받고 있는 남자가 설명을 요구하는 상대에게 저러는 건 아무래도 반칙, 뻔뻔스러워 보인단 말이다-_- 이전 교구의 수녀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알로이셔스 수녀에게 왜 상급자인 내 허락 없이 그런 짓을 했느냐고 화를 내며 수녀를 '여자 (woman!)'라고 부르는 모습에서 그의 '진보적인 태도'라는 것이 꽤나 아슬아슬한 껍데기였다는 걸 알고 나니 더 그런가 싶기도 하고.

밀러 부인이 밝힌 도널드 밀러의 그 '동성애적 성향'이란 건 영화 속의 상황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도널드 밀러가 플린 신부의 성적인 접근을 설령 싫어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만일 신부가 그랬다면) - 그러나 제임스 수녀가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동요한 모습을 보여준 걸 보면 적어도 놀라고 혼란스러웠던 건 사실인 것 같다 - 열 두살 소년을 상대로 한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보수적인 학교의 눈에 띄는 소수자인 소년이 일종의 대체 부모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대가 하필이면... 이라는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알로이셔스 수녀는 자기가 의심을 갖게 되었다고 흐느낀다. 플린 신부의 혐의 자체에 대해서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마지막 면담에서의 버럭질이나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정식으로 싸우겠다는 선언에 찌질한 변명과 함께 물러서고 마는 모습은 아무래도 이 사람 뭔가 나쁜 짓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을 거의 확신으로 만들어 버렸다. 무엇에 대한 의심일지가 궁금했다.

뱀발이 넷

# 01. 난 알로이셔스 수녀가 그리 재수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뭐, 직접 만나서 당하고 살 일이 없어서 그럴 걸 수도 있겠고 평소에 메릴 스트립이란 배우에게 호감 만땅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맹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평생을 살아온 수도원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야하는 늙은 수녀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배려하는 모습 같은 걸 보면 이 사람에게도 어느 구석엔 다정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제임스 수녀에 대한 태도도 퉁명스러우면서도 은근히 부드러운 데가 있다. 플린 신부를 믿고 싶은 제임스 수녀가 단지 손톱을 손질하는 남자에 대한 편견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냐고 바락바락 대들 때조차 그리 화를 내지도 않는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 02. 아이들이 볼펜을 쓰는 것을 반대하면 글씨를 제대로 잘 쓰려면 연필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알로이셔스 수녀의 말에 꼭 그런 건 아니라고 경험에서 말해 줄 수 있다. 난 고등학교 때까지 노트 필기는 물론 수학문제까지 연필로 풀었지만 글씨는 개발괴발이다 -_- 어차피 안 되는 거, 지금은 그냥 1.6 mm 짜리 굵은 볼펜으로 마음 편하게 날려쓰고 있고 엉망진창인 글씨가 특별히 부끄럽다거나 어떻게 고쳐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보니 뷁만 전 전에 읽었던 강석경의 『숲 속의 방』에서 글씨를 못 쓴다는 말에 앙심을 품고는 미양을 납치했던 그 놈은 참 다시 생각해도 찌질한 쉐이였다. 하기야 글씨 하나 보고 저능아니 어쩌니 해댄 기집애도 쫌... 그렇긴 하구나.

# 03. 플린 신부에겐 사실 처음부터 좀 비호감이었다. 친절하고 자상한데다 무려 진보적이기까지 하다는 얘기를 듣고 갔는데도 말이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라는 배우가 사실 좀, 뭔가 믿을 수 없어 보이는 인상이어서 그랬기도 했고 영화 초반에 핏물이 흥건한 스테이크를 잘라 먹으며 어느 뚱뚱한 아줌마를 놀려 먹으며 껄껄거리는 신부들의 식사 장면에서 좀 비위가 상하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식성이야 어떻게든 그런가 보다 해야 할 문제지만... 하긴, 안 듣는 자리에서 뭔 소리를 못 하겠어 싶기도 하고, 내가 지나치게 까다롭게 구는가 싶은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니지만...

# 04. 에이미 아담스 예쁘구나. 이 사람은 무슨 역으로 나와도 예쁘다. 남자 셋을 차례로 데리고 노는 바람둥이 역을 해도 밉지가 않은데 이렇게 대놓고 순진하고 착한 역으로 나오니 도대체 예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서양 사람치고도 유난히 뾰족한 코가 재미있기도 하지.





by blizzard | 2009/04/05 20:38 | 영화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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