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대 게시판에 붙었다는...


처음 본 게 ㅇㄱㅎ 님 홈피에서였으니까 거의 뷁년 전이다 -.-
새삼스레 왠 뒷북? 하다가 다 저녁에 일하기도 싫고 밥 먹을 때까진 딴짓하며 좀 놀아도 될 것 같아서, 그리고 전에 봤을 때도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는데 입안에서 맴맴 돌다가 사라져버려 안타까왔던 기억이 나서 몇 줄 끄적여 볼까보다. (읔, 예상치 못했던 회식에 끌려나가서 밥을 너무 오래 먹고 들어왔다. >_<)

보는 순간 "아햏햏~"이란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나 싶었다.
읽는 사람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명령조는 내용이 옳든 그르던, 본래의 의도가 무엇이든 좋지 않다. 저 글을 읽은 대부분의 남자들이 일단 "x랄하고 있네~ 남자가 다 범죄자냐" 하고 불쾌해 하는 것,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_- 맘속으로야 어떻게 생각하든 길 가는 여자한테 행동으로 직접 범법 행위를 할 것들이 전체 대한민국 남자들 중 한 줌이나 되겠냐 말이다. 어떤 xx가 그런 xx인지 구별할 방법이 없으니 손톱의 때만큼이라도 가능성 있다면 누구에게나 얘기를 해야겠다 싶었다면 좀 더 조심스런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어려서 잘 몰랐다는 변명이 통하기엔 사회적 통념이란 게 대학생을 너무 과대평가한다.

솔직히 저기 나온 항목들 하나하나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동네라고 특별할 게 있나 싶긴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자신이 여자라는 걸 의식하고 몇 년 살다 보면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일이 아닐까?
DC에서 저 사진 밑에 줄줄이 달린 리플을 보면, 빨간 밑줄이 그어진 첫 번째 항목에 분개하는 이들이 유난히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래, 기분 상할 것 같다, 그런데 나 역시 늦은 시간에 퇴근할 땐 차라리 아무도 만나지 않았으면 싶다. 어두운 곳에서 낯선 사람은 무섭다. 어떤 경로를 택하던 15분이면 충분한 거리이긴 하지만 퇴근할 땐 절대로 집 근처의 중고등학교 담 길로 다니질 않고 조금 더 돌아야 하는 큰 길 쪽을 선택하게 된다. 공부도 일도 집에서 집중할 수 있는 체질이 절대 아니니 무서우면 일찍일찍 다니라는 말은 무효다 -.-;;;
꼭 어두울 때만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 딱 한번 '바바리맨'을 만난 적 있다. 일요일이었고, 무거운 책가방 매고 버스 시간 맞추느라 허둥대지만 않으면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기분 좋을 정도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내 서점엘 가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 큰길까지는 천천히 걸으면 한 15분 정도 거리였다. 길 양 옆으로는 낮은 돌담 너머로 귤 밭이었고 집이 거의 없었는데 비 오는 일요일 늦은 아침엔 사람도 별로 없었다. "학생~"하고 부르는 소리에 무심코 쳐다 봤더니... 부끄러운 건 아는지 오토바이 안전모를 쓰고 선글라스까지 낀 주제에 (바바리는 안 입었네) 바지만 내린 미친 xx 하나가 서 있었다. 지금은 "풋, 천하에 찌질한 인간이로세~"하고 비웃고 있지만 그땐 무서웠다 -_- 으악~ 하고는 정신 없이 도망치고도 한동안은 휴일에 비가 오면 아예 집 밖엘 나다니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여자들은 성폭행의 피해자가 되고도 가해자 이상으로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대학교 때 우리 과 선배 하나가 단과대 동아리 여자 후배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적이 있다. 자퇴를 한다는 조건으로 형사 소송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그 선배는 남자들 사이에서 소위 '진국'이라는 평을 듣는 발 넑고 인간성 괜찮다고 소문난 xx여서 과 전체가 떠들석했었다. 그때 내 동기들 중에는 분명 새벽 2시까지 남자와 단 둘이 술을 마신 조신하지 못한 '기지배'를 비난하던 xx들이 있었다. 그 xx들이 유난히 반여성적인 것들이라서 그런 걸까?
나와 같은 대학을 나온 동생이 기숙사에서 지낼 때 같은 방의 선배는 학교 축제 기간에 기숙사에서 학교로 이어지던 뒷길에서 어떤 1학년 xx에게 강간을 당할 뻔 했다. 병원 응급실에 누워있는 그 아이에게 가해자 부모라는 것들이 찾아와서 '니 몸가짐이 칠칠치 못하니까 우리 아들이 잠깐 정신을 잃은 것 아니냐'며 합의를 요구했다는 얘기를 직접 목격했다는 동생이 전해 주었다. 그 인간들이 유난히 경우없고 무식한 족속이었던 것이길 지금도 바란다.
이런 일들이 지금은 정말 달라졌을까? 어두운 길에서 99% 아무 잘못이 없을 남자들이 혹시 나머지 1%게 속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 그저 오바에 x랄하는 걸까?
무서우면 일찍일직 다니라거나, 애인이나 남자친구를 만들어 보디가드로 삼으라거나, 무술을 배워서 스스로를 지키라는 말은 무효다.

역시 대학 다닐 때, 기숙사를 나와서 한 1년 간 이모 집에서 지낸 적이 있다. 15층 아파트의 14층이었다. 벼락치기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음에도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다가오면 귀가 시간은 12시를 훌쩍 넘기곤 했다. 딱 한번 내가 탄 엘리베이터가 14층이 아닌 5-6층에서 선 적이 있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술을 좀 마신 것 같은 아저씨가 탔을 때 순간적으로 무서웠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 사람이 혹시 나쁜 마음으로 누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미안한) 의심도 했던 것 같다. 그 아저씨가 나보다 먼저 10층 쯤에서 내릴 때까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하려고 애쓰면서도 불안에 떨었던 기억이 나면서, 첫 번째와 함께 가장 많은 분노를 불러 일으킨 것 같은 일곱 번째 항목이 이해가 되었다. 왜 나중에 타는게 아니라 먼저 타겠다고 하는지도 -_-

확실히 이건 불편한 상태이다. 의심하는 쪽도 의심받는 쪽도 더럽고 치사한 상태, 그런데 현실이다. 현실이다 보니 정말로 일이 터진다면 피해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 쪽이 조금 더 민감하고 오바도 하고 x랄도 하게 되는. 대자보의 무례한 명령에 눈살을 찌푸리다가도, 내가 속한 반쪽을 깔아 뭉개는 리플들이 주렁주렁 달린 걸 읽다 보면 솔직히 그 속좁음이 더 속상하다.

by 싸락눈 | 2004/10/14 17:43 | 그래도 | 트랙백(1) | 덧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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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Blooming Town at 2005/08/17 05:58

제목 : 아버지의 걱정
어머니께서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듯이 &#39;대학에 가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39;는 얘기가 정말일까하는 궁금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라는 설렘에 한껏 부풀던 대학교 입학식 전날, 조용히......more

Commented by amanggo at 2004/10/15 02:07
저는 고등학교 다닐 때, 야간자습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서 강간을 당할 뻔했습니다. 뭐, 그 놈도 초범이라 간이 크지 못해서 성기를 삽입하지 못했을 뿐, 강간 당한 거나 마찬가지였지요.
소리를 지르고 발악을 하면서, 무섭다기보다는 신경질이 났습니다. 조신하게 학교 공부 잘 하고, 소위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조신하게 바로 집으로 직행하는 것도 잘못이란 말이냐.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더러운 꼴을 안 당하는 거냐...이런데도 내가'저, 강간당할 뻔했어요'라고 하면 여자 애가...몸가짐이... 운운하겠지... 하는 생각에서요.
그 이후론 부모님께서 꼭 마중을 나와 주셨습니다. 이 땅에서 여자로 살려면 참 많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쳐야 합니다. 싫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껏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나 변한 것은 없습니다.
변한 것이 있다면 저런 설익은 주장에 대해 '미친 년들, 지랄하고 있네'라는 욕설이 좀더 공공연하게, 그리고 좀더 많이, 그리고 어찌 보면 정당한 것처럼 행해질 수 있게 된 것 정도랄까요.

마지막 문단에 심하게 공감합니다.
언제부터 좀더 피해를 많이 입는 사람들에게만 정치적 올바름을 요구하게 되었을까요.
Commented by 싸락눈 at 2004/10/15 10:07
비록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진 못했지만 (윽, 성모님께 꽃도 바친 적이 없군요) 밤길 조심해야 할 만큼 남에게 못할 짓을 한 적도 없는데... 참 입맛 쓴 현실이죠.
Commented by ㅇㄱㅎ at 2004/10/15 11:36
제 아내 역시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한 바가 있고, 어처구니 없는 폭력에 당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집에 같이 사는 여동생 - 허구헌날 새벽에 들어옵니다. -_-; - 도 있으며, 여자와 아동에 대한 범죄자들은 보통 범죄자보다 훨씬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건 아닙니다. 저런 주장 역시 또 다른 폭력입니다. 내가 당할 위험이 있으니 다른 사람들, 불특정 다수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식의 발상이 대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군요. 그 심정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아무리 취지가 좋다한들 모든 주장이 바른 것은 아닙니다.

내가 보행자의 입장에서 밤에 골목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으니, 모든 자동차는 밤에 좁은 골목길을 다니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과 다를 바가 뭔지 모르겠군요. 일하다가 새벽에 택시타고 퇴근한 적이 많은데, 1차선으로 택시가 달리고 있을 때면 반대편 차선을 달리는 차 중에 음주운전이 얼마나 될까 두려운 적이 저도 많습니다. 99%는 아니겠지만, 1%의 음주운전자 때문에 제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잘못은 아니겠죠.
Commented by ㅇㄱㅎ at 2004/10/15 11:36
그렇다고 음주운전의 위험이 있으니 밤에는 모든 자가용의 운행을 삼가도록 하자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아마 그런 주장을 제가 한다면 미친놈 소리를 들을 겁니다.

아니면, 사람의 문제로 돌아와서, 강간 전과가 있는 사람은 또 그럴 개연성이 높으니 자유로운 통행을 제한해야 할까요? 나이를 스물 넘게 먹었으면 적어도 뭐가 합당한 주장인지 판단할 정도는 된다고 봅니다.

쟤네들이 위험해 보이는 것은 저런 식의 설익은 주장과 급진적인 주장만을 익힌 후 사회에 나와서 그것을 관철시킬려고 하는 여자들을 양성하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서로 같이 잘 살아갈 방법을 생각하기 보다는 모든 남자는 잠재적으로 여자의 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여자들도 많이 보이고,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은 명사와 형용사에 꼬투리 잡아서 시비거는 사람들도 많이 봤거든요. 모든 사고를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은 옆에서 보기에 상당히 햏스럽죠. 높이 솟은 건물이나 조형물만 보면 전부 남근을 생각하고 거기에 얽힌 가부장제의 권력을 읽어내려고 하는 것이 과연 정상인지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ㅇㄱㅎ at 2004/10/15 11:37
싸락눈 님께서는 저런 주장을 하시지는 않았으니 싸락눈 님보고 그러지는 않겠지만, 저런 식의 '오버'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저 역시 '무서우면 네가 일찍 들어가라'고 밖에 할 말이 없네요. 남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자유를 역시 부당하게 제한당해도 괜찮겠죠. 밤길 무섭기는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밤길을 안심하고 다닐 수 있게 남자들은 일찍 들어가라, 이런 식의 주장이 아니라 밤길 가다가 범죄자에게 당하는 여자를 보면 도와주도록 하자는 주장을 했다면 대부분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봅니다. 남자-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에 대처하는 시민들의 자세로 가야죠. 모든 남자와 여자가 무슨 원수진 것도 아니고 말이에요.

엘리베이터의 문제도 남자-여자 문제라기 보다는 세태가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싶네요. 80년대까지만 해도 같은 골목에 있는 수십가구의 얼굴을 대부분 알고 지냈으니 낯선 사람을 볼 기회가 그만큼 적었고 두려움을 느끼는 일도 적었겠죠. 낯선 것은 늘 불편하기 마련이니까요. (복도식에 엘리베이터 한두 대인 아파트라면 대략 낭패. -_-;;)
Commented by ㅇㄱㅎ at 2004/10/15 11:37
하여간, 그런 느낌은 저도 받은 적이 있으니 - 이 인간이 혹시 퍽치기나 강도가 아닐까 하는 -_-; -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자기 혼자 먼저 타고 가겠다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일 뿐입니다.

못난 아들 놈 하나 가지고 그것만 감싸고 도는 태도는 역겹기 짝이 없죠. 그런데 요즘 젊은 부모들 애 키우는 것 보면 그 세태는 앞으로도 여전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군요. -_-;
Commented by ㅇㄱㅎ at 2004/10/15 11:43
도꺠비 뉴스에 실린 관련기사입니다. http://www.dkbnews.com/bbs/view.php?id=pogpungnews&no=234

달빛시위 성명서의 취지와 내용에는 동감합니다만, 연세대 총여학생회의 변명은 여전히 구차하군요. 저 성명서의 내용을 실천하자는 구체적 내용으로 어떻게 저런 대자보를 만드는지... -_-;;
Commented by 싸락눈 at 2004/10/15 17:25
저도 제 대자보의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그 배경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잘 봐 주어도 참 설익은 주장이지요. 남의 자유, 내 자유와 같은 강도로 중요하다는 것도 인정하구요. 그렇지만 제 의견으론 이제 겨우 스물 조금 더 먹은 사람들이 그렇게 갈데까지 가버린, 더 이상 좋아질 여지라곤 없이 굳어져 버린 존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쪽 밖에 보지 못한 상태에서 저런 주장을 한 것일 거라고 생각하고 타인의 반응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성숙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겨우 스물 두셋 쯤 된 사람들일테니까요.
물론 어떤 집단에나 극단으로만 치닫는 사람들 몇명은 어쩔 수 없겠지만요. DC 게시판에서 화가 났던 이유는 게시물 아래 주렁주렁 달린, '잘 걸렸구나' 하고 달려드는 저 주장들이 설익은 것 이상으로 야비한 리플들이 때문이었습니다.
Commented by 싸락눈 at 2004/10/15 17:25
그리고 암각화님 말씀 중 밤길에 무서움을 느끼는 것은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라는 의견에는 조금 생각을 달리 합니다. 아리랑치기나 퍽치기도 분명 무서운 일이지만 여자들이 밤길의 공포라고 할 때는 대개 성폭행을 염두에 둔 것임을 아실 겁니다. 남자들도 물론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아직 대부분의 남자들이 밤길에 성폭행을 무서워하는 상황은 아니지요. 돈을 뺏기거나 몸을 다치는 건 불쾌한 일이지만, 영구적인 장애가 남을 만큼 심한 손상을 입지 않은 경우 적절한 치료와 보상을 받는다면 피해자도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의사에 반해서 자신의 몸이 사용된 경우라면 그 때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몸이 낫고 돈으로 보상을 받는다고 해서 완전 치유되지는 않겠죠 (않는다고 하더군요. 제 친구 중에 성폭행 피해자들의 상담 치료에 참여하는 애가 그러더군요). 게다가 아리랑치기나 퍽치기 당했다고 해서 피해자더러 몸가짐 어쩌구 하는 이차폭력이 가해지는 일은 대한민국에서도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달빛시위 성명서의 취지와 내용에 저도 동감합니다.
Commented by 싸락눈 at 2004/10/15 17:36
헉, "제" 대자보? 오타입니다 -_-
제->저
Commented by ㅇㄱㅎ at 2004/10/15 22:04
총학생회라면 보통 3, 4학년이 회장을 맡을텐데, 그 무렵까지 저런 상태라면 심각해 보이는데요. -_-;; 그리고 저런 가치관이 그대로 굳어진 상태에서 사회로 나온 경우도 많은 것 같아서 하는 소리였습니다. 보통 졸업하고 나면 새로운 주장을 잘 받아들이지도 않고, 치열한 토론을 하며 고민을 하는 일도 별로 없는지라 인식이 바뀌기 쉬운 것 같지는 않더군요. 이차 폭력이 가해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도 원래 그런 취지가 아닐텐데, 성폭력 피해자라는 위치를 악용하는 사례도 얼마 전에 있었죠. 한총련 학생들이 진압하던 의경 중 누가 한 여학생의 엉덩이를 만졌다며 '여기서 저기까지 전부' 잡아다 조사하라고 주장하면서도 누가 당했냐는 질문에 그건 알려줄 수 없다는 황당한 동영상을 보니 말이 안 나오더군요. 농활을 둘러싸고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광경도 마찬가지였구요. 갈수록 '성폭력 피해자'라는 것이 전가의 보도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그런 애들 보면 20대 초반만이 아니라 중반도 많이 섞여있던데, 그 상태에서 바뀌지 않을 듯 합니다. 갈수록 잘못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Commented by ㅇㄱㅎ at 2004/10/15 22:04
남자들이 밤길을 갈 때 성폭행을 두려워하지 않겠죠. -_-;; 하지만, 사람인 이상 밤 늦은 시간에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걱정하는 것은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심야의 그런 범죄들은 목숨을 빼앗거나 신체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많죠. 성폭행보다 그게 더 심한 것이라는 얘기를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뇌사 상태에 빠진 사람보다 정신적 트라우마에 빠진 사람이 더 괴로울 수 있다고 여길 수 있을테니까요. 문제로 보이는 것은 제가 위에 적었듯이 '범죄자 대 선량한 시민' 구도가 정상일텐데, 그걸 '남자 대 여자'로 몰아가는 분위기라는거죠.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건 강도 피해자건 피해자보고 "그러게 술 처먹지 말고 일찍 들어왔으면 그런 일 없었을거 아냐"라는 말을 걱정하는 입장에서 할 수도 있을겁니다. 그러나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 걱정해주는 투의 이런 말도 전부 이차폭력으로 몰아가지 말았으면 합니다. 물론 이런 말은 가족이나 주변의 친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지, 인터넷에서 남이 당한 사건에 대해서 하기는 힘들겠죠. 하여간,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추세입니다.
Commented by ㅇㄱㅎ at 2004/10/15 22:05
몇 년 전까지 제가 즐겨가던 사이트 중의 하나인 '살류쥬'에서 저는 완전히 발을 끊었습니다. 그 구성원들의 클리셰와 매너리즘은 갈수록 정떨어지더군요. 너희 그냥 그렇게 살아라 하는 심정이 되었죠. '페미'들의 본산이라는 학교를 나왔고, 그러다 보니 여성학도 많이 접한 - 저도 덩달아... -_-; - 제 아내도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주장들이 갈수록 난무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모든 여성'을 대변한다는 착각에 빠져있죠. 자기 편이 될 수 있는 남자들과 같은 여성들마저 발돌리게 만드는 것이 정말 여성들을 위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아, 제 아내는 개혁당 시절 여성 모임에 한 번 나갔다 온 후로 발 끊더군요.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가며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이지, 나에게 잠재적 폭력을 행사할 존재네, 누가 우월하네, 이런 식으로 티격태격하며 더 위에 서기 위해서 싸우며 살아가야 할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Commented by ㅇㄱㅎ at 2004/10/15 22:05
마치 여자들끼리만 사는 것이 훨씬 평화롭고 더 나은 세상인 양 말하며, 어떤 주장이 자기들 입맛에 맞는 경우에만 여자라는 이름으로 수용하고, 자신들의 생각에 조금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마초'라고 딱지 붙이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여성단체가 아니어도, 단물만 빨아먹으려는 여자들은 회사 생활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구요.

물론 성폭력 피해자를 탓하는 사람들이나 DC를 비롯한 인터넷에서 찌질대는 남자들은 저도 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가산점 문제로 이화여대 게시판을 온갖 욕설로 쑥밭을 만들거나, 월장사태와 같은 폭력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를 위해서라도 전부가 힘들다면 제일 심한 놈들 만이라도 추려서 엄벌에 처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남자들이 많다고 여성단체들의 억지스러운 주장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겠죠. '무식하고 과격한 남자들'에 대항하기 위해서 같이 과격해져서 극단으로 가지 말고,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살려서 옥석을 가려가면서 문제들을 해결해갔으면 좋겠습니다만, 그 '과격함'은 남자들을 닮아가고 양측의 극단적인 주장만 넘쳐나니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ㅇㄱㅎ at 2004/10/15 22:09
아... 이거 웬만하면 뻘플질만 하고 다녀야 하는데... 너무 쓸데없이 길게 리플질을 해서 죄송합니다.
Commented by ㅇㄱㅎ at 2004/10/15 22:23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주장을 한다고 저런 찌질이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네요. -_-;; 지금 정사갤은 폭탄맞았습니다. 이게 웬...

남자들은 예비군복만 입으면 다 개가 된다는 것, 거짓말입니다. 저같이 군복을 입건 사복을 입건 길이나 화장실에 침 안 뱉고 담배꽁초 안 버리는 사람들도 일부 있으니까요. 훈련가서 보면 대체로 개판인 것은 사실이지만요. -_-;;

제 자랑하려던 것이 아니라, 군복을 입혀놔서 개같은 짓을 하는 남자들은 평소에도 개같은 짓을 하는 놈들일 거라는 겁니다. 대체로. 에이... 우울하네...
Commented by 싸락눈 at 2004/10/15 22:41
좀 심각했던 리플 놀이~ 긴 리플 좋아합니다.
Commented by keith at 2004/10/16 05:42
으으 1번 문항 보니까 예전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_-
Commented by enchante at 2004/10/16 20:31
사실 제 개인적인 견해로도, 저런 문항들, 남자 입장에서는 기분나쁠 지 몰라도,
여자 입장에서는 저렇게 해 주면 참 고맙겠다.. 싶은 것들입니다.
저런 의견이 남자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이렇게 합시다' 하고 나왔으면 몰라도
강압적으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니까 말이 많았던 것 같네요.
Commented by amanggo at 2004/10/17 22:46
음... 일견 심각해 보일 수도 있는 리플질을 시작만 하고 나서 며칠 떠나 있다 와서 약간 찜찜했습니다만...
저기 써 놓은 일이 대단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좀더 강도가 약한 일들은 일 년에도 몇 번, 더 약한 일들은 한 달에도 몇 번씩 겪었고, 또 우리나라 여자들 대다수가 겪는 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남자들을 다 잠재적 범죄자로 단정하는 것 같은 저런 자보에 찬동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앞에서도 썼지만 정말 설익고 어설픈 주장이고, 가장 취하지 말았어야 할 형식의 행동이었죠. 조금만 더 머리가 좋았다면 저렇게 안 했을 텐데...하는 안쓰러움마저 느낄 정도로요.
(솔직히 저는 저런 문제에 대해선 굉장히 시니컬해졌습니다. 다 포기했거든요. 유아 때부터 애들을 잘 키우지 않는 이상, 지금 머리 굵은 인간들-남녀 모두 포함-을 설득시켜서 뭔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접은 지 오래라서요. 그래서 저런 일을 소재로 하는 대화에는 아예 껴들지도 않습니다.)
Commented by amanggo at 2004/10/17 22:47
그냥 제가 속상했던 건, 암각 햏이 말씀하셨던,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주장을 해도 찌질스러운 말만 할 것 같은' 그런 찌질이들의 목소리가 너무도 공공연하게 울려 퍼지게 되었다는 거죠. 이렇게 개나소나 인터넷을 쓰게 되기 전에는 (리플문화도 여기서 파생된 것이니) 그런 찌질이들이 이렇게 대놓고 떠들어대진 않았던 것 같은데 말예요.
Commented by ZoeKuul at 2004/10/18 01:10
목소리 큰 놈 중에 정신 제대로 박히거나 옳은 말 하는 놈이 없다는 게 문제죠...
Commented by 피오넬 at 2005/08/17 05:57
백만년지난 글에 댓글 달기가 좀 어색하지만, 위에 답글 단 분을 보니 행여나 나중에 들러서 보신다는 가정하에 하나 답니다.

"내가 당할 위험이 있으니 다른 사람들, 불특정 다수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식의 발상"이라고 하셨는데 이런 발상자체가 생겨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먼저이고, 그리고 그들의 주장이 좀 설익었다고한들 아주 근거없거나 그냥 지나칠만한 문재가 아니라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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