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이거 정말 재미있다. 달빛 같은 노란 빛을 띤 다이아몬드를 제목으로 내세운 19세기 중반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것만 알고는 '먹고사는데 걱정없는 부유한 사람들의 연애와 치정-.-;;; 정도'를 다룬 끈적하고 뒷맛 껄끄러운 얘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 이런 얘기도 재미있으니까 -.-;;; - 상큼한 추리소설이다. 말 그대로 노란 다이아몬드를 도둑맞고는 누가 왜 보석을 훔쳐갔는지를 추적하는 얘기다, 아하하하하... 식민지 인도를 경멸하는지 경외하는지, 아니 주기적으로 이 두 가지를 번갈아 다 하고있지 싶은 작가의 시선이 'moonstone'의 얽힌 신비한 뒷얘기나 잃어버린 신성한 보석을 찾아 길고 먼 여행을 떠나는 브라만 사제들의 행적과 결말 같은 데서 드러난다 싶긴 하지만 이 소설이 150년 전쯤 씌어졌다는 걸 감안하면 그리 불쾌할 정도는 아니다. 소설은 일곱 명의 나레이터가, 문제의 보석이 레이첼 베린다라는 젊은 여성의 소유가 되었다가 하루도 안되서 도둑을 맞았다가 다시 나타났다가 영원히 사라져버리기까지의 사건을 차례로, 대략 사건의 순서에 따라, 하지만 때로는 같은 사건을 각자의 입장에서 기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베린다 가의 나이먹은 집사 가브리엘 베터리지는 이 중 보석이 레이첼 베린다의 소유가 되었다가 도둑을 맞고 런던에서 온 커프 경사(? sergeant)의 수사가 누군가를 거의 범인으로 지목하려는 단계에서 레이디 베린다의 명령으로 중단되기까지의 가장 많은 분량을 기술하는데 이 양반이 꽤 재미있는 캐릭터이다. 성격 강한 여장부인 레이디 베린다의 고용인으로 평생을 보내며 '신사숙녀'와 '하인'이라는 계급 질서에 아무런 의문 없이 편안하게 적응하며 살아온 것 같다. 그 시대의 거의 모든 보편적인 편견들 - 여자, 신분, 외모, 사람의 근본 같은 관한 것들에 대한 - 을 남부럽지 않게 갖추고 살다가도 여주인의 딸이 낮은 신분에서 자수성가한 사업가의 아들과 결혼하는 문제 같은 데는 '세상은 달라졌고 우리는 깨우친 사람들'이라며 슬쩍 넘어갈 줄도 알고, 같은 하인 계급의 죽은 아내에 대해서는 읽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가혹한 소리를 서슴지 않으면서 여주인인 레이디는 한없이 경외한다거나, 아니 레이디야 신분이 높은 여성이니 '여자'에 대한 멸시를 '신분'에 대한 경외로 이겨냈나 싶더니만, 도둑질 전과가 있는 젊은 하녀에게는 나름 자상한 '아버지' 같이 마음을 쓰며 그의 불행을 진심으로 아파하기도 하지만 신분을 망각한 그의 연정 - 아, 하녀가 집사에게 연정을 품었다는 얘긴 아니다 - 같은 것엔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일로 치부하며 참 둔감하게도 대응한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참 '꼴통'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닌데 글 전체를 읽어나가다 보면 글을 워낙 재미있게 써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대체로 꽤나 귀여운 사람이다. 역시 요즘 사람의 눈으로 보면 제법 문제있는 소설 『로빈슨 크루소』에 대한 못 말리겠다 싶은 열정을 일종의 사건 회고록에다 뜬금없이 불쑥불쑥 끼워넣는 모양이나 내가 이 나이에 주책스런 탐정 놀이를 할 때가 아니지 하고 몇 번이나 중얼거리면서도 결국은 호기심에 겨워 커프 경사를 따라 바닷가며 여기저기를 쏘다니고 마는 것도 귀엽다. 자신에 대한 커프 경사의 노골적인 호감을 은근슬쩍 알려주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두 번째 나레이터로 나오는 드루실라 클랙 양도 재미있는 사람이다. 아니, 이 사람의 경우 '재미있다'는 말은 좀 의미가 다르지만 말이다. 아마도 속좁고 까다로운 부모에게 자라면서 스스로도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은, 종교에 목 매달고 살며 세상만사에서 '죄악'의 기미를 찾고 죽고 나서 천국에 가려면 살아서는 재미 같은 건 찾지 말고 기도나 하고 꽁한 설교문이나 읽으라고, 저 혼자 그렇게 살겠다는 것도 아니고 세상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 때까지 일단은 가까운 사람부터 쫓아다닐 각오가 되어있는 무시무시하고 바보같아서 어쩔 수 없이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그런 사람이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어찌나 우스꽝스러운지 키득키득 대지 않을 수 없지만 이런 바보같은 소리를 또 너무 진지하게 진심을 담아 하는 것처럼 보여서 한참 비웃다가는 또 슬쩍 미안해지니 말이다. 현실에서 비슷할 것 같은 사람을 몇 명 본 적이 있는 걸 보면 이렇게 진지해서 더 웃긴 '전도사' 캐릭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에나 있었나 보다. 아마도 어디에서나 환영받지 못하고 놀림거리였겠지만 또 어디에서나 죽고나서 천국에 노닐 마지막 승자는 자신임을 확신하고 나름대로 행복한 생을 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머지 나레이터들, 돈 많고 성격 나쁘지 않고 그럭저럭 잘 생기기도 했다는 젊은 남자 프랭클린 블레이크 씨라든가 과거를 알 수 없는 신비의 사나이 에즈라 제닝스 씨라든가 냉철한 변호사 브러프 씨나 신비의 사나이 에즈라 제닝스 씨에게 베푼 친절로 보아 나쁜 사람은 아닌 것이 분명한 캔디 의사라든가 최종적으로 사건 전체를 정리하고 마무리짓는 커프 경사의 글들은 앞의 두 사람에 비하면 그리 재미있는 편은 아니지만 사건의 진행을 따라가는 데는 그럭저럭 요긴하게 쓰인 편이다. 사실 신비의 사나이 제닝스 씨의 아편의 효과에 대한 식견은 좀 뭔가 미심쩍지 않나 싶고 아편을 먹고 잃어버린 기억을 복원해내는 얘기는 참 싫어하는 패턴인데 영국 출신 작가들 - 그래봐야 필립 풀만과 윌키 콜린스 밖에 경험이 없다만 - 은 묘하게 이런 설정을 즐기는 게 아니가 싶기도 하다. 돈 많고 성격 나쁘지 않고 그럭저럭 잘 생겼다는 프랭클린 블레이크 씨의 연애는 뭐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 되고. 결말은 좀 심심한가 싶기도 하지만 결말을 알고 다시 보면 결국 범인은 이 사람일 수 밖에 없다 싶으니 불평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마지막 장의 여행가 머스와이트 씨의 편지는 소설의 재미라는 쪽에서 보면 그냥저냥 받아들이긴 하겠다만... 아무래도 동양의 식민지에 대해 점령국 국민의 편견과 환상의 일부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어서 씁쓸하기도 했다. 어쨌든, 재미있게 잘 읽었다 :-) ![]() 난생 처음으로 책 한 권을 스크린으로 읽었다. 아이팟터치가 처음 나오자마자 사서 쓰고 있는데 한동안은 클래식팟을 제쳐놓고 음악을 듣는데 사용하다가 (음악은 안 팔아주는 괘씸한) 아이튠즈 코리아가 생기면서는 거의 PDA 모드로 일정이니 할 일이니 일기니 메모니 가계부니 하며 쓰고 있다. 전자책도 공짜로 주는 거 몇 개는 받아놨는데 공짜라서 그랬나 -_-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질 않아서 한참을 그냥 갖고 다니다가 지워버렸다. 『The Moonstone』은 처음으로 거금 $0.99 :-D 를 주고 산 책이다. 텍스트야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공짜로 받을 수 있는 데도 꽤 있겠지만 휴대기기에서 갖고 다니며 읽는데는 적당한 소프트웨어도 필요하고 하니 이 정도는 쓸 만하다고 생각했다. 좀 더 비싼 전자책들은 중간 중간 마음에 드는 부위를 따로 표시해 두거나 메모까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쓰기도 한다니 언젠가 그런 것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The Moonstone』의 프로그램도 가격에 비하면 나쁘지 않았다. 일단 글자 크기가 조절이 되고 - 아이팟 화면에서 저 크기의 글씨로 책을 보라고 하면 화날 거다 - 손가락으로 화면을 톡톡 치면 책장이 휙휙 넘어간다. 프로그램을 구동하면 알아서 전에 읽다가 중단한 부분에서 시작한다.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 딱 한 가지, 오래 읽으면 눈이 몹시 피곤하다는 치명적인 단점만 빼면, 쿨럭쿨럭. 아니 사실 오래라고 해봤자 출퇴근길 지하철의 30분 정도인데 차에서 내리고 나면 한참 동안 세상이 두 겹으로 보이고 말이다. 전자 잉크를 사용한다는 킨들 같은 물건은 이렇지 않다는 소문이 있던데 킨들은 아니지만 얼마 전 삼성이 교보문고와 함께 만들었다는 전자책 리더라도 하나 살까 하는 갈망이 생겨버려 한 번 보기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교보를 찾아가기도 했다. 직접 보고난 심정은 아쉽지만 이건 '안 되겠다' 였다. 글 읽는 화면 자체는 편안하고 좋은 것 같았지만 책장 한 번 넘기려면 1-2초를 기다려야 하는 느려터진 로딩에다가 책장이 넘어가기 전 잠깐씩 흑백이 반전돼서 시커먼 화면이 뜨는 것도 참고 봐 주기 힘들었다. 메모리도 작으면서 - 500M였나 그보다 좀 작었나 - 메모다 일기다 잡다한 기능을 잔뜩 집어넣은 것도 별로 맘에 안 들었고 마지막으로 디자인 -_-, 이거 좀 더 예쁘게 만들 수 없었나 싶었다. 한 눈에 봤을 때 앗, 저거 멋지다, 싶은 그 무언가가 한참 부족한, 참으로 투박하고 멋대가리 없는 모양새다. 이런 걸 30만원도 넘게 받고 팔려하다니, 내 기준엔 아무래도 '댁들 제 정신이슈' 하고 묻고 싶어지고야 만다. 흑, 나도 안타깝다구, 어차피 킨들도 못 사는 거 웬만큼만 맘에 들면 살 마음도 있었단 말이다 T^T 아무래도, 연말까지 기다려봐서 쓸만하다 싶은 게 안 나오면 내년에 미쿡으로 살러 간다는 K를 꼬셔서 킨들 구매 대행이라도 부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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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처음 오시는 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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