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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얼굴의 루비 - 루비 브리지스 지음/ 고은광순 옮김/ 오정택 그림
루비 브리지스는 1954 년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났다. 루비가 태어나던 해 미국 대법원이 흑백 분리 교육을 금지했지만 그 애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될 때까지 실제로 흑백의 아이들이 같은 학교에 다닌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1960 년 루이지애나 연방 법원이 모든 초등학교에서 흑백 통합 교육을 시행할 것을 결정하고 나서 루비 브리지스는 백인 아이들만 다니던 윌리엄 프란츠 초등학교의 첫 번째, 그 해의 유일한 흑인 학생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성인이 된 루비 브리지스가 그 첫 해의 기억을 되살려 쓴 책이다. 같잖게도, 흑인 아이가 백인 학교에 들어가려면 시 교육위원회에서 준비한 시험을 쳐서 합격을 해야 했다고 한다. 어떻게든 통합교육을 막으려는 백인 주 의회 의원들이 새로 만든 법안들이 연방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기각될 때까지 또 몇 달이 걸렸단다. 화가 노먼 록웰 (Norman Rockwell)이 그린, 흰 원피스를 입은 심각한 얼굴의 흑인 소녀가 보안관들에게 둘려싸여 윌리엄 프란츠 초등학교에 첫 등교를 한 날은 학기가 시작되고 한참이 지난 11월 4일이었다고 한다. 아이는 이 날의 등교가 어떤 의미인지 아직 알 턱이 없었지만,

그 날 학교가는 길에는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통합교육 결사반대'를 외쳤고,

집에 가는 길엔 십자가를 들고 '피부색을 차별하는 신'을 들먹이며 관에 담긴 흑인 인형을 들고 보란 듯이 웃음짓는 이런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고 한다. 이 사람들은 지금 자기들의 이런 얼굴을 보고 있을까? 지금은 사진 속의 저 웃음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할까? 어쨌든 이 끈질긴 사람들은 첫 날뿐만 아니라, 수는 조금씩 줄어갔지만 거의 1년 내내 아이의 등하교 길을 지키며 어린 아이에게 "검둥이"라느니 "죽여버리겠다"느니 하는 소리를 퍼부었다고 한다. 뉴올리언스를 지나가던 작가 존 스타인벡은 이들이 내뱉는 '상스럽고 걷잡을 수 없'으며 '야만스럽고 불결한 말'들은 차마 글로 옮겨 적을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바깥 세상에서 통합교육을 반대하는 백인들이 거리에서 흑인들을 공격하고 흑인들이 사는 집 앞에 불타는 십자가를 세우고 이웃의 백인 식료품점 주인은 뜬금없이 '시끄럽게 굴지 말라'는 소리를 하고 아이의 아버지는 다니던 자동차 정비소에서 짤리고, 그러는 동안에 아이는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은 하나도 없는 교실에서 북부 출신의 여선생님과 혼자 공부를 했다고 한다. 흑인 학생의 입학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내심 학교 바깥의 시위대와 별로 다를 것 없는 생각을 가진 교장을 비롯한 백인 선생들은 아이와 선생을 대놓고 따돌리고 루비는 1학년이 거의 끝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같은 학년의 다른 백인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루비를 맡았던 바바라 헨리 선생은 남편의 직장을 따라 뉴올리언스로 옮겨와서 휴직 상태였다고 한다. 윌리엄 프란츠 학교에 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건 '백인 학교'의 흑인 학생을 맡겠다는 다른 선생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헨리 선생에 대한 루비 브리지스의 회상은 대체로 따뜻하고 성인이 된 루비는 책을 쓰고 나서 헨리 선생과의 재회가 가장 기쁜 일이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1학년을 마친 루비에게 작별 인사 한 마디 없이 북부로 떠나서는 일절 소식이 없었다는 얘기에 묘한 배신감 같은 걸 느끼기도 했다. 그냥 잠시 친절하게 대해준 걸로 끝이란 거지, 지나가는 강아지 잠시 이뻐하는 것처럼 말야. 지금 생각하면 공정하지 못한 생각이다. 남편을 제외하고는 어느 학교에서 누구를 가르치는지 누구에게도 얘기조차 할 수 없었던 살벌한 동네에서 그 1년을 아이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선생님이 되어준 것만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고, 사실 될 수 있는 대로 빠리 그 동네를 떠나 예전에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해도 당연한 게 아닐까 싶다. 그래도 작별 인사 한 마디쯤을 나눌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날마다 학교 앞에 모여드는 쓰레기 같은 쉐이 시위대는 루비 브리지스와 그 부모님뿐만 아니라 다른 백인 학부모들에게도 겁을 주었고 결국 많은 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의 등교를 거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용감한 사람들은 있었고 흑백 통합 교육이 옳은 일이라고 믿는 어떤 부모는 사립탐정을 고용해서 아이를 보호하며 등교를 시켰다고. 욜란다 가브리엘이 루비 브리지스와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다면 둘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까? 적어도 '우리 엄마가 흑인이랑은 놀지 말랬어' 라는 말 같은 건 하지 않았겠지. 그러나 욜란다의 가족은 결국 가족 전체를 해치겠다는 쓰레기들의 협박에 못이겨 뉴얼리언스를 떠났다고 한다.

루비 브리지스는 어쨌든 1 학년을 마쳤고, 2학년부터는 다른 백인 아이들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를 했고 윌리엄 프란츠 학교엔 새로운 흑인 학생들이 들어왔다고 한다. 어린 루비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어떤 지독한 '소용돌이'의 가운데를 걸어서 통과한 것처럼 보인다. 윌리엄 프란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역시 통합 교육을 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집안 사정으로 대학을 포기하고 취직을 하고는, 어느 날 흑인 구역에 살던 남동생이 동네에서 총에 맞아 죽는 사건이 생기기까지, 비교적 평온하게 살았다고 한다. 그 사이 윌리엄 프란츠 학교는 거꾸로 '흑인' 학교가 되어서 형편 없는 시설에 가난한 흑인 아이들이 주로 다니고 백인 아이들은 시설이 좋은 다른 학교로 옮겨 갔다고 한다.

루비 브리지스의 이야기를 쓴 첫 번째 책 『The Story of Ruby Bridges』는 그가 1 학년일 때 만난 아동 심리학자 로버트 콜즈 박사가 썼고 루비 브리지스와 바바라 헨리 선생의 재회는 이 책을 통해서였다. 또 이 책은 루비 브리지스 재단의 출발이 되었다고 한다. 성인이 된 루비 브리지스는 책을 쓰고 연설을 하고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을 하고 루비 브리지스 재단으로 흑인 학교의 열악한 재정을 도와 '방과 후 교실'을 지원하기도 한다고. 루비 브리지스의 이야기는 디즈니에서 TV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언젠가 가을이에게도 한 번 보여주고 싶은 책이지만, 책장을 덮고 난 기분은 씁쓸하다.


    &nbspThose who don't know any better come into our neighborhood scared. They think we're dangerous. They think we will attack them with shiny knives. They are stupid people who are lost and got here by mistake.
      But we aren't afraid. We know the guy with the crooked eye is Davey the Baby's brother, and the tall one next to him in the straw brim, that's Rosa's Eddie V. and the big one that looked like a dumb grown man, he's Fat Boy, though he's not fat anymore nor a boy.
      All brown all around, we are safe. But watch us drive into a neighborhood of another color and our knees go shakity-shake and our car windows get rolled up tight and our eyes look straight. Yeah. That is how it goes and goes.
「Those who don't know」from 『The House on Mango Street』
by Sandra Cisneros
얼마 전 25 주년 기년판이 새로 나온 Sandra Cisneros 의 『The House on Mango Street』이 문득 생각났다. 어떤 구절들은 확실히 되풀이해서 떠오르곤 한다.


by 싸락눈 | 2009/05/02 14:35 |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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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ZoeKuul at 2009/05/03 05:00
..어디서 보던..아, Rockwell 아저씨.

뜬금업ㅂ이 캐찌질이 Jonh Lennon의 'Woman is the Nigger of the World'가 생각나서 함 찾아 들어봤습니다.
Commented by blizzard at 2009/05/03 15:03
@0@ 대체 존 레넌은 어찌 살았기에 이리 끊임없이 '찌질'하다고 욕을 먹는답니까?!!!
살짝 팬심이 생기려 드는 단계에서 참으로 압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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