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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s of Exile and Illusion - Ursula K. Le Guin

그러니까 이 책을 샀다고 글을 올렸던 게 3 년 전이라능... -.-;;;;; 「Rocannon's World」와 「Planet of Exile」과 「City of Illusion」이 합쳐져서 『Worlds of Exile and Illusion』이라뉘 아무리 봐도 너무 그럴듯 하다 -.-;;;

르 귄이 그려내는 겨울 풍경이 너무 춥고 스산해서 읽는 사람이 다 몸서리가 나는 것 같다. 흩날리는 눈발과 질척한 땅, 낡은 신을 뚫고 올라오는 축축한 냉기, 얼어서 아무 감각이 없는 발, 힘껏 싸매고 동였지만 어쩔 수 없는, 낡은 옷 사이로 스며드는 한기, 부들부들 떨리다 차츰 뻣뻣하게 굳어버린 입술, 눈썹, 코... (이 사람의 겨울은 스키나 썰매, 크리스마스의 시끌벅적함 따위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새로운 세계를 찾는 모험가라기보다 익숙한 세상에서 쫓겨난 사람들, 유배된 사람들,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맞을 법한 황량한 풍경이다. 그런데 이 안의 악의들은 참 구체적이고 사소하고 심지어 보잘 것 없는, 그런 것들일 때가 많은 게 묘하게 부조화스러우면서 또 사실적으로 보인다.

『로캐넌의 세계』까지는 그럭저럭 참을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낯선 행성에서 익숙한 형식의 부족이나 봉건 국가 형태의 외계인 사회를 만나는 형식은 그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샘레이의 목걸이」에서도 그랬지만 '앤기어'들은 참 모순적인 존재들이다. 이제 곧 사라져야 할 종족이라는 걸 알고 보다 보니 아련하고 애틋한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만... 사실은 사라져서 다행이다 싶은 깡패 같은 인간들 아닌가 말이다 -_- 그리고, 판타지는 판타지대로 SF는 SF대로 즐겁게 보려고 하지만 둘이 막 섞이려는 건 참 보기 힘들 때가 많다. 먼 외계의 행성에서 생물학적 상상력으로 해결이 안 되는 산 꼭대기의 초자연적인 존재 같은 건 만나기 싫단 말이다.

『유배 행성』을 읽다 보면 이 (내 기준에) '뼛속까지 로맨티스트' 여사가 달달한 로맨스를 피하려고 얼마나 애쓰는지가 보이는 것 같다. 이 달달한 극강의 로맨스 커플의 당도를 낮추기 위해 여사가 고른 방법은 남자 얼굴에 흉터 만들기, 이빨 뽑기 등등 남자를 물리적으로 학대하기랑 여자한테는 죽어라 대사 안 주기, 대화도 독백도 심지어 그냥 심리 묘사도 별로 없어, 쿨럭. 차라리 물리적 학대가 낫지 않나 싶은 마음조차... (진심이 아니다.)

마음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개념은 새롭지는 않지만 꽤 좋아했었다. 서로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조건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환영의 도시』에서 제일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이 조건이 너무 쉽게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다. 이건 너무 쉽잖아! 겨우 이 정도였어? 나는 좀 더 정교하게 켜켜이 쌓아올린 뭔가를 바랬단 말이다. 그 길고 외로운 여정의 끝에서 만난 적이란 게 겨우 이 정도야?... 라고, 구경하는 사람은 말하지만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물론 쉬운 일이 아니겠지. 문제랄 것까진 없지만, 감정이입이 쉽지 않은 주인공이다 보니 말이다.

그러나 르 귄의 문장은 언제나 참 아름답다. 진부하지만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어쩌다 보니 셋 다 푹 빠져서 좋아하기는 힘들었지만. 이제 단편들을 좀 읽어봐야겠다.

by 싸락눈 | 2009/07/11 13:00 |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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