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는 게 몹시 힘들었던 책이라는 얘기가 본문 어딘가에 나온다. 뭐, 그만큼이야 하겠냐마는 읽고 정리하기도 쉽지 않은 책이구나... -_- 정확히 기억할 수 없는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 사이에 차이가 있고 그 차이를 설명하는데 '계급'이란 말이 사용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계급 없는 사회'라는 게 세상이 있다고 믿거나 그런 사회에 살았던 적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계급'이란 말이 유독 무겁고 때로 거북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뭐라고 해야 하나, 서로 다른 계급이 층층이 쌓여있는 피라미드 같은 걸 상상할 때 내가 서 있는 위치가 맨 꼭대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제일 아래층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한편으론 깊이 안도하면서 한편으론 또 죄책감 비슷하게 마음이 편하지 않다. 세상은 한 번도 평등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세상은 사실 평등해야 한다는 당위를 그냥 꿈 같은 소리라고 무시할 수가 없어서다. 의식을 하고 있건 아니건 피라미드에 포함된 사람들은 자기보다 위에 선 사람들에겐 밟히고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밟게 된다. 피라미드 구조에서는 언제나, 나를 밟고 있는 사람보다는 내가 밟고 있는 사람의 수가 많다. 내가 서 있는 곳이 더 이상 밟을 사람이 없는 제일 아래층이 아니라면 말이다. 내가 누군가를 밟고 있다는 사실을 남들 앞에서도 인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밟히고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벨 훅스가 '계급'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웠던 이유도 이거랑 비슷한 걸까? 책머리에 나오는 '왜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잠깐, 정말 그걸 몰라서 물어요? 하고 부루퉁하게 받아치고 싶었다. 물론, 틀렸을 수 있지만 -.-;;;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노동 계급 출신이라는 벨 훅스의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읽으며 '아이구, 우리 마님이랑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_-;;; 우리 마님도 남편한테 받는 쥐꼬리만한 돈을 아끼고 아끼고 아껴서 남한테 궁색해보이지 않기 위해서 정말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살았다 (는 사실을 좀 늦게 알게 되었다). 우리 마님의 남편도 참, 어쨌든 제가 번 돈을 가족이랑 나눠쓰는 걸 싫어했다. 어렸을 때 피아노 레슨 가기 싫다고 징징댈 때면 피아니스트 시킬 것도 아닌데 왜 쓸데 없는 돈을 쓰냐고 성질을 부리곤 해서 내 편을 들어주느라 그러나 하고 좋아하기도 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다달이 나가야 하는 레슨비가 아까웠던 거로구나 하고 알 수 있다 -_- 어쨌든 마님의 자존심과 노력 덕택에 우리 자매는 결코 부잣집 자식이 아니었는데도 그때 살던 소도시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던 이름 있는 브랜드의 옷을 입고 다녔고 들고 다니던 학용품 같은 것도 남들보다는 좀 비싼 것들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학교 선생들 중에서 우리 집이 꽤 사는 줄 알고 은근히 밥이라도 한 번 사길 기대하고 찔러보는 이들이 없지 않았다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그 시절의 마님은, 우리가 사실은 소위 '중산층'에도 들기 어려울 만큼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고 마님의 자존심은 허세일 뿐이라는 얘기 같은 거 절대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같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은 복지는 개인들의 성취욕과 성취감을 저해할 뿐이고 우리 나라의 실정에는 절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어떤 선배가 한 번은 '락눈이는 직업이 그래서 자기가 속으로 뭐라고 생각하든 어쩔 수 없이 부르주아'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어쩌면 사실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리 이것저것 집어 읽어 봐야, 블로그 따위에 끄적거려봐야, 기껏해야 놀림거리 (강남엔 살아본 적이 없다만) '강남좌파 (후보)'일 뿐이고 결정적인 순간이면 어쩔 수 없이 내 계급의 이익을 위해 지금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그런 종류의 일을 하는데 망설이지 않는, 그런 존재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말이다.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란다면 온 우주가 내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움직이려...나? 설마 그럴 리가 -.-;;; 일부의 '진보적인 특권 계급 사람들'이라는 예외를 두고는 있지만, 벨 훅스의 관점에서 특권 계급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계급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고 당연히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 따위 얼마든지 짓밟을 수 있는 부도덕한 사람들이다. 그 말이 맞을 거라고 수긍하고 있다 (쿨럭). 같은 계급이 사람들 내에서는 참으로 점잖고 좋은 사람으로 통하는 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하는데 경악한 적이 몇 번은 있다 보니... -_- 그런데 사실은, 특권 계급의 부도덕성에 대해서 별 의심이 없는 것과는 별도로 하층 계급의 도덕성이 그보다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은 또 하지 않는다. 나만 빼면 세상은 다 더러워... 라는 유치한 결론인가 싶어서 마음이 불편하긴 하지만 또 이게 뭐라고 해야할지 또... 횡설수설이로구나 (사악한 빈민이라는 개념을 처음 받아들였던 게 『레 미제라블』의 테나르디에 씨를 통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또 잠시... -_-). 어쨌든, 책 전체 마지막 문단의 "언젠가 부가 재분배되는 날이 꼭 찾아올 것이다. 전 세계의 노동자들이 경제 정의를 위해, 누구나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만큼 소유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다시 한 번 똘똘 뭉치는 날이 꼭 찾아올 것이다" 는, 좀 뜬금없고 지나치게 나이브한 게 아닐까 싶었다. 이런 생각 자체가 이미 그 '계급적 편견'에 해당하는 것이려나? 복잡하다. 두 번을 읽었다. 사실 처음 읽고나서의 느낌은 '뭔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 -_- 이었고 두 번째 읽고 나서도 그 결론이 너무 나이브하고 비현실적이라는 갱각을 떨칠 수 없다. 작가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은 부분은 쉽게 읽혔고 그렇겠구나 싶은 공감이 어려운 것도 아니었지만 제목에서 기대한 중량감에는 미치지 못했고 '계급과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를 다른 부분은 특별한 관심을 갖고 읽었지만 역시 너무 짧고 두리뭉실하다는 인상이었다. "Where we stand: Class matters"를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옮겨놓은 제목을 꽤 좋아했었는데 책을 다 읽고나니 내용의 일부를 반영하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지나치게 드라마틱하고 지엽적인 제목이구나 싶다. 원래의 제목 역시 비교적 가볍고 얕게 접근한 내용에 비해 지나친 기대감을 주는 것 같다. 하긴, 같은 작가의 『행복한 페미니즘』도 잘 읽기는 했지만 결론을 내리고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은 역시 나이브하다 싶은 감이 없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다루고 있는 주제들을 보면 '결론'이나 '대안'이 쉽지 않을 수 밖에 없는 것들이다 보니 또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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