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도서관엘 갔다. 거의 10 년 넘게 출입하지 않던 곳인데 지난 학기에 우연히 들렀다가 너무나 변해버린 모습에 깜짝 놀랐다. 도서관 지하에 커피숍,
햄버거집패스트푸드점, 빵집, 편의점 등등이 생겼고 피아노가 있는 넓직한 휴게실도 있고 영풍문고가 들어와있었다. 자리마다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콘센트와 유선랜을 갖춘 드넓은 열람실이 몇 개(인지 세어보진 못했고)씩 있고 또 건물 안 어디에서나 무선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종종 드나들고 있다. 특히 구로까지 가기 싫은 날 가볍게 책을 보거나 읽어야 할 게 있을 때 가면 아주 좋다. 내 입엔 옆집 커피숍의 커피보다 맛있는 햄버거집 커피를 한 잔 사 들고 열람실에 들어가서 일 좀 하다가 화장실 한 번 다녀오면서 또 그 옆의 영풍문고에서 잠깐 (꽤 오래 -.-;;;) 책 구경을 하다 보면 오후 시간이 참 기분 좋은 속도로 흘러간다.
오늘도 커피 한 잔을 더 사들고 서점엘 들어갔다가 우연히 이 책을 보고, 푸하하! 웃어버렸다
이게 모야, 방학을 맞아 시골 친척집에 놀러온 책임감 제로의 대학생 오빠랑 눈이 맞아 뜨거운 하룻밤을 보냈다가 인생이 파란만장하게 꼬였다는 10대 미혼모 헤스터 프린 양이 모처럼 꼬까옷 입고 냇가로 소풍 나온 거야? 딸은 누구한테 맡기고 나왔을까? 옆에 있는 노랑머리 꼬마는 절대 이 언니 딸일리가 없어!
이 책도 제목이 웃겨! 아니 살짝 재수없는 것 같기도 하고. 가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책'만을 골라 읽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기는 하다. 좀 놀려주는 상상을 하곤 한다. 정말로 '살'이 더 필요해요? '피'도 너무 많으면 병 생겨요, 하고 말이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땐, 틀림없이 일러스트레이터가 엔데 안티였을 거라고 믿었다. 나의 모모는 이러치 아나! 라고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모모는 결국 집 없는 고아이고 아무리 동네 사람들이 친절하다고 해도 그 나이에 혼자 한뎃잠을 자며 살다 보면... 아, 모모는 저렇게 보였겠구나. 뽀글뽀글 배추머리에 매끄한 초콜렛 색 피부 쪽이 환상인 거야 ㅠ_ㅜ 하긴 엔데의 동화 속에서나 어른들이 혼자 사는 고아 소녀에게 친절하지 쟤가 이 동네 어디쯤에 살았다간... 그만 해야지.
그런데, 학교 근처를 맴돌며 살아온 세월이 그러니까... 아직 20 년은 안 됐구나 -_-;;; 정말 20 년 채우기 전에 이사를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