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은 그 분 별일? 별것?

# 평소에 비둘기를 싫어한 건 아니었다. 어렸을 때 어린이 대공원에서였는지, 뿌려주는 모이를 받아먹으려 와글와글 모여드는 녀석들을 보며 『메리 포핀즈』에 나오는 '버드우먼'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보기도 했고, 그 와중에도 악착같이 먹는 녀석이랑 비실거리다 밀려서 못 얻어먹는 녀석이 있다는 게 눈에 보여 가능하면 못 얻어먹는 녀석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그쪽으로 모이를 던져주며 살짝 우쭐해하기도 -_- 했다. 어느 새인지 주변에 비둘기라면 질색이라는 사람들이 생겼고 '하늘의 쥐', '날개달린 쥐'라는 험담(?)도 종종 들었지만, 서울에 비둘기들이 유난히 많아진 것은 올림픽 때 아무 대책없이 행사용으로 풀어준 새들이 번식을 해서 그런 것이고 결국은 다 '사람 탓'이라는 말도 들었기 때문에 그렇구나, 하고 오히려 살짝 안 됐구나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출근길 횡단 보도 앞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며,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고 있는데 무언가 뚜-욱! 하는 소리(? 감촉?)가 머리뼈를 통해 바로 감각중추로 전달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뭐야?' 하고 무심코 손으로 머리를 쓰윽- 만지는데 물컹했다. 서, 설마? 그래 맞아, 바로 그거야, 비둘기 또-옹.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전선 줄에 나란히 앉은 비둘기 두 마리, 대체 너희 중 누구냐?!!! 이실직고하지 못하겠느냣!!! 정신없이 길을 건너서 병원에 들어오자 마자 전공의 숙소로 직행, 우리 1년차의 것으로 추정되는 샴푸를 집어들고 목욕탕으로 들어가서 머리에다 물을 뿌리고 샴푸질을 하려고 보니, 어라, 너 린스였구나... 결국 머리는 비누로 감고 린스를 했다. 요즘은 횡단보도 앞에 설 때마다 하늘을 한 번 올려다 본다. 어디 무심하고 똥 마려운 비둘기가 내 머리 위쪽에 앉아 있지 않나 하고. 땅 바닥을 종종거리며 걷는 녀석들을 보고 한 번은, 저걸 확 걷어차면 어떤 기분일까, 하고 상상해 보기도 하였으나 부드럽고 폭신한 것이 발 끝에서 문드러지는 느낌은 끔찍할 것 같아서 차마 실행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가까이에서 (만져) 본 비둘기 똥은 꼭 스타벅스의 녹차 프라프치노 같았다. 그 약간 흐릿한 녹색과 흰 생크림이 섞여있는 색깔과 뭉클뭉클한 감촉이 딱이었다.

# 책상에 엎드리는 것보다 좀 더 편안하게 낮잠을 자고 싶다는 오래 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그래24'에서 이것을 질렀다 \(´ ∇`)ノ
원래는 15만 원 정도 하는 물건이라는데 지금 '그래24'에서 59,000 원. 어쨌든 둘이 써야 하는 방이다 보니 좀 더 작고 날렵했으면 좋겠지만 어차피 K 는 뷁 년에 한 번 꼴로 나타났다가 곧 가버리곤 하기 때문에 그럭저럭, 밀쳐가며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정말 편안하다!!! 꿈이 이루어졌어! 아무리 오야스미 양을 껴안아도 책상에 엎드려 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T^T 뷁 년에 한번 정도 갑자기 퇴근을 못할 일이 생겨도 이제는 좀 사람답게, 눈치 안 보고 잘 수 있겠구나.

# 교육감 선거날 아침 여섯 시 오분 전쯤 집 앞의 안암초등학교로 갔다. 내가 제일 먼저일 줄 알았는데 어떤 아저씨랑 할머니 한 분이 먼저 와 계시더라. 결과야 뭐, 다 아는 대로... -_-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이 자판기인 줄 아는가 보다. 들이 부으면 붓는 대로 뱉어내는 기계, 이만큼 투자해 주었으니 당연히 그 만큼의 성과를 올리고 소위 '무한경쟁' 아니라 그 할아버지 판에다가 밀어넣어도 언제나 최후의 승자가 되어 득의양양하게 웃어줄 줄 아나보다. 바보들...

# 모 게시판에서 어느 유저가, 아버지가 빨리 취직해서 그 동안 든 양육비를 다 갚으라 요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놓을 걸 읽었다. 그 유저는 자기는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대기업에 취직해서 돈만 벌 생각은 없다고 얘기하면서도 양육비를 갚으라는 아버지의 요구 차제에 대해서는 별 불만이 없는 것 같았고 달려있는 리플들도 그 요구를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걸로 간주하는 분위기였다. 좀 놀랐다. 어린 아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이상 그 아이가 독립적인 성인이 되기까지 보살피는 것은 부모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마찬가지로 나이 들고 쇠약해진 부모를 돌보는 것도 성인이 된 자식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 그 '독립적인 성인이 되기까지'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겠지만 말이다. 부모가 요구할 수 있는 보상이란 귀여운 아이의 재롱에 웃어본다는 것, 한 인간의 성장을 도우며 어떤 부분에서 함께 성장한다는 것, 그런 것들이 아닐까? 양육비 청구라니, 자식이 부모에게 제발 낳아달라고 사정사정해서 태어나는 것도 아닌데 아이 키우면서 들어가는 비용이 아깝다면 피임이나 철저히 하라고 권하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좀 역겹다 -_-



덧글

  • elista 2008/08/06 03:44 # 답글

    어린 아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이상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보살피는 것은 부모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다른 1인.

    우리 아버지가 좀 그런 편이셨는데... 물론 우리 부양하느라 힘들게 돈벌이하시는 아버지한테 고맙기는 한데, '내가 힘들게 돈 벌어 니들 부양하니까, 니들은 나한테 고마워해야한다'라고 강조하시는 아버지가 잘 이해가 안 가더라구요 - _-a


  • 싸락눈 2008/08/08 07:23 #

    어렸을 때 시튼의 전기를 읽다가 시튼이 자기 아버지의 요구대로 양육비를 값느라고 꽤 오랜 시간을 고생고생하기도 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뭐라고 논리적인 반박을 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었지만 뭔가 부당하다는 생각에 오래 기억에 남더라구요.
  • mari 2008/08/09 00:27 # 삭제 답글

    저 소파 !!!!!!!!!!!!!!!!!!
  • 싸락눈 2008/08/09 09:09 #

    하나 지르세요!!!
    누우면 눈이 절로 감겨요.
    음악을 들어도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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