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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ed with perpetual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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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hanted (2007), Wonder Emporium (2007), Golden Compass (2007)
디즈니의 '공주'들이 나오는 영화들을 보기 전에 디즈니의 '공주'들이 얼마나 판에 박힌 것처럼 몰개성적이고 수동적이며 20 (-21) 세기를 씩씩하게 살아가(려)는 여자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존재들인지에 대한 험담에 먼저 익숙해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착하고 예쁜데 누가 괴롭히면 꼼짝 못하고 당하기만 하다가 왕자한테 시집가서 잘 살았대' 로 요약되는 그들의 프로필을 읽다 보면 꽤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디즈니 '공주'의 원조이며 지금은 '공주 중의 공주' 로 열렬히 사모하고 있는 (쿨럭;;;) '백설공주(『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 를 처음 보게 된 것은 앤 아버 도서관의 자그마한 브랜치에서 유난히 볼 게 없다 싶은 날 '에라 모르겠다, 저거라도' 하는 마음에서였고 정말로 아무 기대도 없었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영화인 걸 모르고 괜히 무시하고 있었구나. 물론 속없이 착하고 예쁜 것도 사실이고 수동적인 것도 머리 굴릴 줄 모르는 것도 다 사실이었는데 그렇다고 그게 미움 받아야 할 이유는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인정하게 되었다고 할까? 어차피 해피엔딩이 예정된 세상에 존재하는 인물인 것을 악의를 모르는 상냥함, 그 순진스럼움을 잠깐이지만 그냥 사랑하고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혼자만의 타협 같은 걸 하게 되었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속의 지젤은 백설공주이고 신데렐라이며 잠자는 공주이며 가끔은 인어공주이기도 하고 또 내가 눈치채지 못한 수많은 공주들이기도 하다. 주연을 맡은 에이미 아담스는 정말로 동화, 아니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의 나라에서 살다 나온 사람처럼 말하고 걷고 노래한다. 뉴욕의 고층 아파트 창가에서 노래로 비둘기며 쥐떼, 바퀴벌레 같은 것들을 불러들여서 노래하고 춤추며 집안 청소를 하는데 너무 황당하고 웃기면서 또 묘하게 사실적이라 (그렇지, 대도시에서 불러모을 수 있는 동물들이...) 기절하는 줄 알았다. '미쳐도 곱게 미쳤군' 하는 표정으로 떨떠름하게 바라보는 변호사에게 "그녀가 (당신의 사랑을) 어떻게 알겠어요?" 라고 노래하며 들이대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좀 짜증스럽기도 한 것이, 동화 속에서 뛰어나왔다고 하는 평면적이어야 할 캐릭터를 묘하게 복잡하게 만든다. 스스로를 놀려먹는 패러디를 팔면서도 디즈니는 색깔은 여전하다. 지젤과 거리의 음악가들이 시작해서 결국은 공원을 산책하던 모든 사람들이 뜬금없이 춤추고 노래하며 뮤지컬 같은 장면은 그들의 손에 걸려들면 세상에서 제일 바쁜 도시 뉴욕도 여지없다는 걸 보여준다 :-D 이런 유들유들함까지 재미있었다. 동화 속 공주의 현실 적응이라기 보다는 현실의 도시와 사람들이 지젤을 중심으로 잠시 동화와의 경계를 흐리는 소동을 벌이는 것 같은 영화의 전반은 아주 재미있었다. 지젤을 따라 현실로 넘어온 바보 왕자 :-) 와 영리한 줄다람쥐의 개그도 좋았고 사악한 여왕의 하수인으로 나온 티모시 스폴의 변장술도 볼 만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지젤이 현실의 변호사에게 마음을 주면서부터는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커튼을 싹둑싹둑 오려서 만든 옷을 입고 당당하게 활보하던 지젤이 갑자기 무도회에 입고 갈 옷이 없다고 징징대는 장면부터였던 것 같다. 안달라시아의 나리사 여왕이 수잔 서랜든이 되어 뉴욕에 나타나는 장면은 허세를 부려대는 것에 비하면 별 재미가 없다. 용에게 잡혀가는 왕자를 칼 든 공주가 쫓는 모양도 21 세기의 (여성) 관객들을 배려하겠다는 의도가 너무 뚜렷해서인지 오히려 살짝 낯뜨겁다는 생각을 했다. 한참 동안으 지루함을 참고 나면, 그래도 엔딩은 맘에 든다. 안달라시아의 바보 왕자가 의외로 담담하게 '그녀의 사랑은 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좋았고 동화 같은 건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던 뉴욕의 커리어우먼이 또 바보 왕자의 닭살 대사에 감동해 버릴 수도, 그가 신겨준 구두를 신고 그와 함께 동화 속으로 달려가 버릴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유쾌했다. 귀여운 핍의 '침묵은 금이 아니'라는 주장에는 대찬성까지는 아니지만 그 동안 그가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최고의 대박은 지젤이 현실 세계에 적응하는 방식! '안달라시아 패션'이라뉘, 세상에나 이거 너무 그럴듯하잖아!!!!!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너무 신나게 웃고 나왔다. 에이미 아담스, 좋아하기로 했다. 『준벅 (June Bug)』을 구해봐야겠다 :-)



무비스트에 올라온 라이라의 스틸 중 가장 맘에 드는 사진이다. 호기심 많고 야무진 모습이 잘 어울린다. 그러나, 그러나, ㅠ_ㅠ 영화를 보고나니 솔직히 다음 편이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몇몇 사건들의 순서가 바뀌기는 했지만 나름 '책 읽어주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게 보이는데 이렇게나 맘에 안들 수가! 왜 이렇게 서두르고 마는지 안타까울 정도였다.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달리기 경기의 장애물처럼 휙휙 스쳐지나가고 만다. 아즈라엘 경, 쿨터 부인, 집시들 (특히 마 코스타나 파더 코람), 리 스코스비, 이오렉, 세라피나 페칼라 등등이 하나하나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이오렉을 제외하면) 어떻게 이렇게 나왔다 들어갔다, 나왔다 또 들어가는 걸로 처리되고 마는지 아깝고 안타깝다 (내가 스코스비 아저씨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하다 못해 라이라와 판, 데몬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애정, 무한한 신뢰의 감정을 조금만 더 설득력있게 그려주기만 했어도 영화가 이렇게 생뚱맞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시간, 아니 30-40 분 정도의 시간만 더 있었더라도 충분히 해 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을까 싶어서 이 정도의 원작을 옮기면서 야박하게 두 시간도 안 되는 러닝타임을 잡아놓은 제작진들을 이해할 수 없다. 원작의 결말은 또 왜 그렇게 싹둑 들어내 버렸냐 말이다. 그 장면이 없으면 원작의 가장 중요한 주제가 그야말로 날아가고 마는 것을... 쟁쟁한 이름의 배우들이 참 많이도 나오는데 어느 하나 제 실력을 보여줄 만한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 에바 그린의 세라피나가 얼마나 멋진데 겨우 그 정도 출연하고 마는 것인지, 마녀의 살갗에 닿는 별빛과 차가운 공기에 대해 세라피나와 라이라가 나누는 대화가 몽땅 잘려버린 것도 아깝고 아깝다. 다음 두 편의 영화 내내 이어져야 할 인연과 마음들이 하나도 제대로 만져지지 못한 채 무슨 안전빵의 아동용 모험영화 같은 장면으로 끝을 맺고야 말다니, 원작을 미리 알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누가 이런 영화의 다음 편을 보려고 1년 남짓을 기다려주겠냐 말이다. 하긴 일단 다음 편이 만들어져야 말이지 ㅠ_ㅠ 그래도, 어떻게라도 만들어 주면 안 될까?



장난감 가게와 움직이는 장난감들을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이야기 자체가 어떤 힘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남들보다 몇 배의 시간을 즐겁고 행복하게 사랑하는 장난감들에 둘러싸여 살아온 노인이 떠날 시간이 되었다고, 역시 즐겁고 유쾌하게 죽음을 준비한다. 그를 사랑하고 그를 대신해서 가게를 운영할 자신이 없는 몰리 마호니를 제외하면 구경하는 관객들을 포함해서 어느 누구도 이 죽음이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서글프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누구나 언젠가는 맞게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에 대해서? 글쎄, 마고리엄 씨처럼 행복하고 긴 생애의 끝에서 맞는 죽음과 평범한 사람들의 죽음은 좀 다르지 않을까 싶다. 몰리 마호니처럼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일단 나탈리 포트만의 과하게 밝았다 또 과하게 징징대는 연기가 워낙 짜증스러워서 그렇게까지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다. 피아노 앞에서 곡이 써지지 않는다고 징징대는 장면에선, 그냥 니가 재능이 없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하니? 몇 살에 라흐마니노프를 쳤건 연주자로서의 재주와 작곡가로서의 재능이 꼭 같이 있으란 법이 없잖아? 라고 쏘아붙여주고 싶었고 가게를 운영할 자신이 없다고 또 징징대는 데서는 그래, 때려치우고 하고 싶은 대로 하려무나,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친구를 사귈 줄 모르는 소년과 쉴 줄을 모르는 회계사가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얘기라고 보기엔 또 그들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에이, 모르겠다. 뭐가 됐든,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라보기에 즐거운 영화다. 색깔 곱고,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 잔뜩 나와서 현실에 있을 수 없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돌아다닌다. 간간히 끼어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뿐, 눈 앞의 예쁘고 즐거운 화면에 집중하다 보면 90 분 정도의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딩당둥당~ 거리는 음악도 화면과 썩 잘 어울린다.




by 싸락눈 | 2008/01/20 19:01 | 영화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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