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알라딘에서 하는 어린이 책 이벤트를 알게 되서 어떤 책이 있나 구경이나 해보자고 뒤적이다 발견했다. 소설을 읽은 적이 없지만『TV 문학관』에서 방영했던 같은 제목의 드라마를 기억한다. 어릴 때 『TV 문학관』은 특별히 열심히 보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내 나이엔 이해하기 어려운, 전체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들이 많아서였다. 「기억 속의 들꽃」도 사실 그렇게 밝은 얘기는 아니었다. 6.25 피난 길에 폭격으로 부모를 잃은 어린 여자아이가 어느 마을에 흘러들어온다. 짧은 머리에 꾀죄죄한 남자 아이 입성을 하고는 참 영악스러웠다. 아무리 구박을 받아도 주눅들지 않았고 준 만큼은 꼭 받아내야겠다는 자세, 밥을 얻어먹고야 말겠다고 못마땅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악착같이 밥상 앞에 달라붙었다. 머물고 있는 집 어른들이 미워 죽겠다는 듯 노려보고 있는 가운데 날 어쩌겠냐고 도전하는 듯 눈을 치켜뜨고 밥을 먹는 아이의 역을 아역배우 전유진이 맡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야무지고 똑똑한 연기였던 것 같다. 영악하고 그악스러운 것 같지만 그래봐야 열 살 남짓, 또래보다도 훨씬 빨리 철이 들어버렸으니 제 처지가 얼마나 서러운 지도 알고 있을 아이를 굉장히 능숙하게, 그 마음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해내었다. 금반지 욕심에 아이를 받아들였다가 며칠 먹이고 입혀준 다음엔 왜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무나 하고 구박했다가 다시 또 아이의 친척 어른들에게 보상을 받을 욕심에 상냥해지는 어른들의 모습이 슬펐다. 그들이 마냥 나쁜 사람들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그때도 알 수 있었다.
책엔「기억 속의 들꽃」말고도 「땔감」과「집」이라는 단편이 두 개 더 실려있다. 비슷하게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의 얘기들이고 둘 다 마음이 찡해진다.
책을 읽고 생각난 김에 인터넷에서 예전 드라마 자료를 찾아 보았다. 역시 별로 나오는 게 없었지만 이 사진 하나를 찾았다. 소년중앙의 표지모델 전유진. 그 시절의 어린이 프로그램이라는 것들이 참 조악하기 했다. 그나마 괜찮았던 게 MBC의 「호랑이 선생님」정도였던 것 같다. 전유진이 출연했던 어린이 드라마 중에서 책상 위의 올려 놓은 꽃병 앞에 앉아서 갖은 '꽃의 요정'을 부르던 꽤나 느끼했던 게 하나 생각난다. 「기억 속의 들꽃」은 지금은 아마도 연기를 그만둔 것 같은 이 배우의 경력 중에서 꽤 특별한 위치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건 「마지막 승부」에서 장동건 여동생으로 나왔을 때였다.




덧글
참 나도 나이먹어도 소년의 감수성이 남아있나? 하고
반문해보게 되는군요~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