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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지음/유영미 옮김

그렇다면 배고픔은 세계의 주민들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 아닌 거네요?

… 서구의 부자 나라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신화가 있어. 그것은 바로 자연도태설이지. 이것은 정말 가혹한 신화가 아닐 수 없어. 이성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류의 6분의 1이 기아에 희생당하는 것을 너무도 안타까워해. 하지만 일부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불행이 장점도 있다고 믿고 있단다. 그러니까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하고 있다고 보는 거야. 너무 많은 인구가 살아가고 소비하고 활동하다 보면 지구는 점차 질식사의 길을 걷게 될 텐데, 기근으로 인해 인구가 적당히 조절되고 있다는 얘기지. 그런 사람들은 기아를 자연이 고안해낸 지혜로 여긴단다. 산소 부족과 과잉인구에 따른 치명적인 영향으로 인해 우리 모두가 죽지 않도록 자연 스스로 주기적으로 과잉의 생물을 제거한다는 거야. (p37-38)

 

설마 자연이 그런 일을?

이런 설명은 전형적인 유럽적, 백인 우월주의적 ‘정당화’란다. 부자들과 권력자들의 논리지. 자신들은 절대로 굶어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영양실조로 팔다리가 비쩍 마른 아이를 안고 있는 벵골이나 소말리아, 수단의 엄마들이 그 아이들의 죽음과의 싸움이 ‘자연이 고안해낸 지혜’라는 소리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니? (p38-39)

… 자연도태라. 이 말은 정말 얼토당토않은 말이야. 그런데도 이런 표현은 사람들의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하지. … 숙명적인 기아가 지구의 과잉인구를 조절하는 확실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지. 그러니까 기아가 산아제한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는 거야.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죽는다는 자연도태설. 이 개념에는 무의식적인 인종차별주의가 담겨 있어. (p41)

 

맬서스의 이론은 전적으로 틀린 것인데도요? 아까 우리 지구는 인구가 지금의 두 배가 되어도 너끈히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사람들이 맬서스의 이론에 동의할 수 있는 거죠?

… 맬서스의 이론은 근본적으로 틀렸지만, 심리적인 기능을 충족시키거든. 날마다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구호시설에서 웅크린 채 죽어가는 아이들, 수단의 덤불 속을 비쩍 마른 몸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일반적인 감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거든.

그래서 양심의 가책을 진정시키고, 불합리한 세계에 대한 분노를 몰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맬서스의 신화를 신봉하고 있어. 끔찍한 사태를 외면하고 무관심하게 만드는 사이비 이론을 말이야. (p42-43)

 

기아라고 해도 원인에 따라 여러 형태가 있는 건가요?

그래, FAO는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로 구분하고 있어. 대략 설명하자면 ‘경제적 기아’는 “돌발적이고 급격한 일과성의 경제적 위기로 발생하는 기아”를 말한단다. 이를테면 가뭄이나 허리케인이 덮쳐 마을과 경작지, 도로, 수원지가 파괴되거나, 혹은 전쟁으로 집들이 불타고,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상점들이 파괴되고 다리가 폭파되기도 하지. 그러면 갑작스럽게 식량이 바닥나고 수백만의 인구가 다음 날이면 금세 굶어죽을 위기에 처하는 거야. 국제적인 도움의 손길이 재빨리 미치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게 되지.

그리고 ‘구조적 기아’는 “장기간에 걸쳐 식량공급이 지체되는 경우”를 말하지. 그 나라의 경제발전이 더딘 데 따른 생산력 저조, 급수설비나 도로 같은 인프라 미정비, 혹은 주민 다수의 극도의 빈곤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단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비타민 결핍이나 단백질 부족에 따른 소아 영양실조 등의 다양한 질병을 앓으며 서서히 죽어가게 되지.

그러니까 ‘구조적 기아’는 간단히 말해서 외부적인 재해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사회구조로 인해 빚어지는 필연적인 결과란다. (p48-49)

 

난민 캠프는 어떤 곳이죠?

… “기아는 부드러운 죽음이다. 점차 쇠약해지다가 마지막에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고통없이 죽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아빠 자신을 세뇌시키고 있었어. 그런데 그게 아니었단다! 누더기 속에서 일그러진 작은 얼굴들은 그들이 가공할 고통을 겪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어. 작은 몸들이 흐느끼며 오그라들고 있었지. … (p52)

 

그러니까 세계시장에는 곡식이 모자라는 모양이군요. 그래서 세계식량계획은 식량을 마음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건가요?

그것은 반쪽자리 진실이야. 또 다른 문제는 세계시장에 비축된 식량의 가격이 종종 인위적으로 부풀려진다는 데 있어. 세계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농산물의 가격이 투기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알고 있니? 미국 시카고의 미시간 호숫가에는 위압적인 건물이 솟아 있어. 바로 시카고 곡물거래소야. 세계의 주요 농산물이 거래되는 곳이지. 이곳에서는 몇몇의 금융자본가들이 좌지우지하고 있어. 사실 거래는 몇 안 되는 거물급 곡물상의 손에 결정돼. 그들은 몇 사람 안 되지만 엄청난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 … (p74)

 

피슐러는 왜 남아도는 식량을 아프리카나 브라질의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지 않지요?

유럽연합은 나름의 논리를 따르고 있어. 자국의 농민들을 살려야 하고, 그 때문에 농산물 가격을 높게 유지해야 해. 배고픈 사람들을 돕는 것은 FAO나 WFP의 과제일 따름이지. 하지만 이들 국제기구는 우선적으로 긴급한 지역만 도울 수 있을 뿐이야. 8억 이상이 고통받고 있는 ‘구조적 기아’, 심각한 만성적 영양실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식량의 가격이나 생산량의 결정, 그리고 식량의 공평한 분배 등에 대해 FAO나 WFP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야. 세계시장만이 힘을 가지고 있지. 그리고 그 시장은 아주 잔인하단다. (p81)

 

그런데 왜 학교에서는 이런 기아 상황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을까요? 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려 가난한 사람들이 식량을 사지 못하게 만드는 거래소 투기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지요?

… “하나의 전선에서 이룬 승리는 다른 전선의 패배로 인해 수포로 돌아간다.” …

… 뜬구름 잡기 식의 정서적인 대응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 배고픔은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을 가하고 있어. 기아와 그 끔찍한 결과는 세부적이고 정확한 분석을 필요로 해. 하지만 학교는 침묵하고 있어. 그들은 마땅히 해야 할 바를 하지 않고 있지. 그런 탓에 학생들은 모호한 이상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인간애를 가지고 졸업할 뿐, 기아를 초래하는 구체적인 원인과 그 끔찍한 결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단다. (p82)

 

그게 옳은 일일까요?

뭐가? 원조가? 아니면 구호품을 가로채는 것이?

원조를 계속하는 거요.

아빠는 구호단체의 방침에 동의해. 구호단체는 극단적인 조건에서 활동하고, 갖가지 모순들과 싸워야 해. 그러나 어떤 대가도 한 아이의 생명에 비할 수는 없어.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 모든 손해를 보상받게 되는 것이지.

 

그들은 어떻게 생명을 이어가요?

… 최근에는 여행 붐이 일면서 세계가 더욱 좁아진 느낌이 든다고 해. 매년 수백만의 선진국 사람들이 브라질이나 페루, 인도네시아를 여행하고, 아프리카 연안이나 남미 고원지대, 멕시코 고원, 콜카타(캘커타), 인더스 계곡 등지로 몰려가지. 하지만 그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맹인이나 마찬가지야. 여행지에서 기아 희생자들을 목격하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 거리에서 마주치거나, 어쩌다가 슬럼가에 인접한 호텔에 묵게 될 경우에만 약간 감을 잡을 수 있어. (p129)

 

그럼 무엇을 해야 하나요?

무엇보다도 인간을 인간으로서 대하지 못하게 된 살인적인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엎어야 해. 인간의 얼굴을 버린 채 사회윤리를 벗어난 시장원리주의 경제(신자유주의), 폭력적인 금융자본 등이 세계를 불평등하고 비참하게 만들고 있어. 그래서 결국은 자신의 손으로 나라를 바로세우고 자립적인 경제를 가꾸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거야. (p153)

 

에필로그

이것은 그냥 방치되어서는 안 되는 정글 자본주의이다. 세계경제는 식량 생산, 판매, 무역, 식량소비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기아에 관한 한 시장의 자율성을 맹신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못해 죄악이다. 우리는 기아와 투쟁해야 한다. 기아 문제를 시장의 자유로운 게임에만 방치할 수는 없다. …

장 자크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약자와 강자 사이에서는 자유가 억압이며 법이 해방이다”라고 썼다. 시장의 완전한 자유는 억압과 착취와 죽음을 의미한다. … (p169)

인간은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 (p170)

“잘못된 것 안에 올바른 삶은 없다”고 했던 아도르노(1903-1969, 독일의 철학자)의 말마따나 고통으로 가득 찬 세계에 행복의 영토는 없다. 우리는 인류의 6분의 1을 파멸로 몰아넣는 세계질서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 지구에서 속히 배고픔이 사라지지 않으면 누가 인간성, 인정을 말할 수 있겠는가! …

소수가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대가로 다수가 절망하고 배고픈 세계는 존속할 희망과 의미가 없는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세계이다. (p171)

 

후기

배고픔의 숙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나라라도 말이다. 부족한 것은 연대감이며, 국제 공동체로부터 도움을 받고자 하는 진짜 의지이다. (p176)

 




(한글 2007 로 옮겨적은 걸 그냥 복사해서 붙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폰트랑 줄바꾸기 태그가 저절로 생겨버렸다!!! 전에 워드에서 복사했을 때는 그냥 텍스트 내용만 붙었는데 이런 신기한 일이! 이건 한글과 워드에 차이인 걸까 아니면 한글 2007의 기능인 걸까?)
by 싸락눈 | 2007/06/17 01:55 |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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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more

Commented by elista at 2007/06/17 12:08
어익후!
완전 요약본을~ 전 좀 참았다가 책으로 읽을래요~
Commented by 싸락눈 at 2007/06/17 14:33
팔 아퍼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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