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만을 넘지 않는 작은 도시의 서점은 뭐, 거의 그리움의 대상이다 -.-;;; 인구 1,000만 도시의 교보문고를 지극히 사랑하고 있더라도 말이다. 1,000만의 도시에서 한두 시간, 10만의 분위기를 맛보기 위해서 가끔은 쉬는 날 아침 "어서 오세요~", 하고 양쪽으로 늘어선 직원들의 인사를 뻘쭘하게 받으며 서점을 들어서기도 한다. 앤 아버를 떠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버스로 15분 거리의 반즈앤노블이었다.
렉싱턴은 인구 30만의 도시이다. S에게 이 도시의 서점들을 보여 달라고 했다. 가능하면 공립도서관도 가보고 싶었지만, S는 서점이나 도서관보다는 경마장이나 뮤지컬 공연 같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사진은 발로 찍었지만 -.- )Joseph-Beth Booksellers는 렉싱턴에서 제일 오래 되고 유명한 서점이라고 한다. 둥그런 입구가 특이하다.
밖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안에서 본 천장도 둥그스름한 것이 고래 뱃속처럼 특이하게 생겼다. 맘에 들었다. 계산대 근처의 벽엔 서점을 방문했던 유명인사들의 사진과 사인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는데 지금 생각나는 사람은 클린턴 전 대통령 밖에 없구나. 내가 사랑해 마지 않던 반즈앤노블을... 여기 사람들은 체.인.점.이라고 무시한댄다, 캬오~
이 사진은, 별 생각 없이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재미있다. 얘네들은 서점마다 이런 코너가 하나씩 있다. 뭔가 오버스럽게 애국적인(? 것처럼 보이는?) 장식을 달고서는 성조기 무늬의 딱딱한 껍대기 책들을 늘오 놓은 곳 말이다. 이런 코너를 좋아하지 않는데 아무 생각 없이 누질러대다보니... -///-... 그런데 'Well-Being'이란 표현은 우리만 쓰는 건 아니구나.
사실 서점에 가면 요 물건을 꼭 사고 싶었다. 앤아버에서 돌아올 때 20개들이 슬리브 2개를 사 갖고 왔었는데 왜 더 사오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했다. 작고 가볍고 얇고, 한번 꽂아 놓으면 떨어지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책갈피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이번엔 돈 아끼지 말고 잔뜩 사가서 여기저기 나눠 줘야지 했는데... 없었다 OTL. 생각보다 인기가 없나보다. 아쉽지만 온라인으로 주문할 것을 다짐하면서 돌아섰다 (사실은 돌아오자마자 주문해서 벌써 받았다 -///- ; 전에 이 책갈피에 대해 포스팅 했을 때 갖고 싶다고 하셨던 분들은 주소를 남겨 주시면 나눠 드리겠습니다. 책맘 분들은 오프에서 나눠드릴께요).
체인점이라고 무시당한다는 반즈앤노블 ('남부 사람들이란, 쯧' 하고 싶게 만든다. 내가 남부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냐고 생각하면서도),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찾아 줘야지. 확실히 평범하고 네모반듯한 모양이긴 하다 -_- 그러나... 지름신은 이곳을 더 좋아하실 거야.
르 귄의 [바람의 열두 방향(The Wind's Twelve Quarters)]과 [Tales from Earthsea]. 바람의 열두 방향은 번역판을 이미 읽었지만 눈에 띄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Earthsea' 시리즈는 첫권만 읽어본 상태였는데 돌아와서 [아투안의 무덤]을 읽고 지금 [머나먼 바닷가]를 읽으면서 새삼 [Tales from Earthsea]도 사길 잘 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제목('니체를 인용한 코뿔소[The Rhinoceros Who Quoted Nietzsche]'라니..., 풋)에다 재미있는 표지 일러스트, 게다가 Peter S. Beagle이니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쉽게도 신작은 아니다. 예전의 단편 모음집이지만 읽어본 단편이 얼마 없으니 손해보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에 애틀란타 공항에서 들른 서점의 이름은 'Simply Books'였다. '그냥 책들', 아니면 '그저 책들', 맘에 드는 이름이었다. '공항소설'들이나 구경할까 하고 들어갔다가 '다음 목요일' 시리즈 두권, 뷁년 전 제목을 기억해 두었던 '우린 멀버니 가족(Mulvaneys)이었어요'까지 집어들고 나왔다.
해서, 여행길에 산 책이 모두 여섯 권... -///-